2026년 월간 목표 설계: 잘하기보다 꾸준히, 많이 하자

2026년 1월을 보람차게 살기 위한 루틴 6개를 설계했습니다.

2025년 회고에도 썼듯 지난 며칠간 에너지가 상당히 다운된 상태였습니다. 어떻게든 회고를 마무리하며 메타인지가 조금 올라온 틈을 타서 (산책하면서, 도수치료 받으면서, 둘째 낮잠 재우면서) 머리를 계속 굴려봤어요.

과거의 의욕 저하 기간을 돌이켜보면 어느정도 반복되는 패턴이 있습니다. '잘' 하려는 생각에 준비와 생각만 오래 하다가, 결국 실행과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자기효능감이 떨어지고(이번에도 안할 것 같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식이죠. 이런 안좋은 싸이클에 한번 빠져버리면 뛰쳐나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일단 시작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올해의 테마는 일단 '질보다는 양'으로 잡았습니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일단 루틴으로 정한 걸 한다. 어차피 내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하진 않을테니, 시작만 하면 잘 하게 될 것이다.

'의욕 없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쏟아내기

아무 생각 없이, 생각하기를 일단 시작했습니다. 생각한 걸 막 쏟아내다 보니 생각 정리가 되네요.

1) 세상의 거의 모든 문제는 인간의 '동기'와 '능력'을 높이는 문제로 환원된다. 지금 내가 가진 문제는?

'의욕 없음' 문제. 재귀적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동기를 높여야 하는데, 동기가 없는 게 문제다.

2) 어떻게든 '충분히 도전적인 문제' 하나를 생각하면 그걸로 시작해서 나머지를 굴려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지금 무엇에 도전하고 싶은가?

또다시 재귀적이긴 한데 '인간의 동기를 높이는 문제', '인간의 능력을 높이는 문제'에 도전하고 싶다. 이게 현재 내가 가진 문제니까.

3) 일단 '능력' 하나로 좁혀보자. 능력, 또는 '전문성'이란 무엇인가? 전문성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가?

다행히 전문성에 대해서는 조금 아는 바가 있다. 개리 클라인의 CDM에 대해 생각해보면, 일단 전문성은 '아는 것'과 '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디버깅 전문성이 있다면, 그 사람은:

  1. '아무개가 디버깅을 얼마나 잘 하는지'를 측정 및 판단하는 기준을 세울 수 있다.
  2. '아무개의 디버깅 실력을 높이는 훈련과 습관'을 설계할 수 있다.
  3. 새로 만난 버그에 대한 디버깅 행동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다. 어떤 순서로 누구와 함께 어떤 행동을 하며 어떤 정보를 얻을지, 어떤 시점에 어떤 조건에서 계획을 어떻게 조정할지 등도 계획 안에 포함된다.
  4. 디버깅 문제와 관련된 특정 환경에서 특정 행동을 하면 어떤 결과가 생길지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반대로, 환경을 관찰하여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높은 정확도로 유추할 수 있다. 전자와 후자 모두 환경 안에 널려있는 정보들 중 어떤 신호에 주목해야 할지, 그 신호에서 어떤 패턴을 발견해야 할지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3, 4는 1, 2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문성에 대한 판단은 결국 '전문가와 얼마나 유사하게 아는가/하는가'로 해야 한다. 주어진 환경에서 행동 계획을 세우고, 그 행동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생길지 예측하고, 환경에서 어떤 신호 및 패턴을 인식할지 선택한다. 내 계획/예측/패턴을 전문가의 그것과 비교한다. 어떤 차이가 왜 생겼는지 이해한다. 이러한 훈련을 '의도적 수련'의 4요소를 접목하도록 설계하면 전문성이 빠르게 높아질 것이다.

  • 잘 정의된 작업
  • 적절한 난이도
  • 적시에 주어진, 정보가 풍부한 피드백
  • 반복과 실수 교정의 기회

4) 대상을 '나'로 좁혀보자. 나는 2026년에 어떤 전문성을 높이고 싶은가?

여러가지 있지만 가장 하고 싶은 건 '코딩 에이전트의 능력에 대한 직관'을 키우는 것이다. 최근 프론티어 랩에서는 '코딩은 이미 정복된 문제'라고 보는 것 같은데 실제 내 일상에서의 경험과는 아직 갭이 있다. 여러 프로그램을 '딸깍'해서 구현하고 발전시켜보면서, 스펙-구현체 사이의 차이를 예측하는 훈련을 하면서 이런 직관을 up-to-date로 유지하고 싶다.

5) 코딩 에이전트의 능력에 대한 직관을 키우려면,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훈련을 매일 하는 게 좋을까?

몇 가지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1타 N피가 되게 설계할 수 있겠다.

  1. 양으로 승부하기. '충분히 유용한 프로그램'을 '충분히 훈련이 될만큼' 많이 만들고 싶다. "2026년에 나와 내 주변 사람을 위한 유용한 프로그램을 매주 1개씩 만들어서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기" 같은 목표를 세워보면 어떨까.
    1. 평소 지론대로 '프로그램'의 정의는 넓게 가져가자. 입력, 처리, 출력만 되면 된다. 요즘 시대에는 '프롬프트'도 충분히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2. 1을 하려면 그러한 프로그램의 아이디어, 즉 '적절한 문제'를 매일 고를 수 있어야 한다. → 이걸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구현한다. 관찰을 돕든, 하루를 돌아보는 걸 돕든, 메타인지를 돕든, 인터뷰를 돕든...
  3. 2에서 떠올린 문제를 적절한 스펙으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 이걸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구현한다. 여기서는 스펙에서 모호한 부분을 발견하는 훈련, 작업의 성공 기준을 정의하는 훈련이 되게 하자. 내게 적절한 질문을 던져주는 게 중요.
  4. 3에서 정의한 스펙을 구현해야 한다. → 구현 자체야 Opus 4.5가(또는 나중에 나올 최신 모델이) 딸깍 해주면 된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기록되는 게 더 중요하다. 이 스펙 문서대로 구현하면 스펙상의 성공 기준, 즉 테스트를 통과할까 하지 않을까? 통과하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일까? (스펙 문서의 어디를 고쳤어야 할까? 코딩 에이전트에게 어떤 환경을 쥐어줘야 했을까?) 이걸 미리 예측하고, 결과랑 비교해보면 이게 곧 코딩 에이전트의 능력에 대한 직관을 키우는 훈련이 된다. 이런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구현한다. 그리고 이 훈련은 습관화될 수 있게, 매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2, 3, 4에서 만들 프로그램이 곧 4의 개밥먹기 대상이다.
  5. 4에서 구현한 프로그램에 대해 소셜 미디어에 공유해야 한다. → 이걸 돕는 프로그램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여기까지 열심히 생각하고 적어보니 기분이 매우 좋아졌습니다. 사실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자고 해놓고 이만큼이나 적은 걸 보니 본성은 어쩔 수 없나 싶긴 하지만요. 아무튼 이 계획을 포함하여 2026년 1월을 어떻게 살지도 루틴으로 계획해봤습니다.

2026년 1월 루틴 목표

작년과 마찬가지로 매달 회고하며 조정할 것. 작년에는 이것도 '잘' 하려고 엄청 열심히 썼었는데, 어차피 조정해줄 미래의 나를 믿고 간단히만 적어보자.

  • 딸깍: 나와 내 주변 사람을 위한 유용한 프로그램을 매주 1개씩 만들어서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기.
  • 운동: 매 평일 아침에 1시간씩 운동하기. 화목은 수영, 월수금은 스트레칭과 맨몸운동. 사무실과 집에 올라갈 때 되도록이면 계단으로 오르기.
  • 허그: 매일 온 가족 한번씩 꼭 껴안고 잠깐이라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대화 나누기. 주말에는 1시간 이상 100% 집중해서 아이들과 놀기.
  • 안키: 매일 5개 복습하고, 1개 새로 넣거나 기존 카드 수정하기.
  • 독서: 매일 책에서 인상적인 구절 1개 뽑아서 왜 인상적이었는지 적고, LLM 또는 다른 사람과 대화 나누기.
  • 작등: 매 평일, 1시간 이상 걸릴 일에 대해 무조건 작업등대로 행동계획 세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