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알림을 설계해보자

단순히 통계만 나열하기보다, 예측 불가능한 즐거움을 선물하고, 사용자의 노력을 진심으로 인정하며, 커뮤니티 안에서 가치를 느끼게 하는 알림을 설계해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 글을 쓰면 링크드인, 쓰레드, 페이스북 세 군데 SNS에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올립니다. 쓰레드만 500자 제한과 미디어 활용의 자유도 때문에 조금 편집할 뿐.

제 피드를 기준으로 보면 이 세 SNS는 사용자의 분포/관심사/목적이 조금씩 달라 보이더군요.

  • 링크드인은 직무 전문성과 회사, 제품에 대한 글을 선호하는 반면 댓글은 적은 편입니다.
  • 쓰레드는 좀 더 뾰족한 정체성과 관심사를 요구하고 댓글 소통이 활발합니다.
  • 페이스북은 신규 유입이 적어 평균 연령대가 상당히 높으며, 개인이 노트처럼 쓰는 분도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재밌는 차이가 하나 더 눈에 띄었습니다. 게시글의 성과 알림을 3가지 SNS가 보여주는 방식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었어요.

  • 링크드인은 글을 올린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게시물이 얼마나 노출(Impression)됐는지 알려줍니다. 주간 노출 수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솔직히 둘 다 큰 감흥은 없습니다.
  • 쓰레드는 특정 조회수 마일스톤을 넘겼다는 알림을 보내줍니다. 기분은 좋지만, 사실 내가 이미 알고 있을 만한 내용을 다시 알려줄 뿐입니다.
  • 반면 페이스북의 알림은 즐거운 놀라움을 줍니다.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것처럼요. 글쟁이로서 인정받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음, 내가 좀 좋은 글을 올렸나보군. 배포를 늘려준다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하겠구나. (참고로 페이스북 모바일 앱에서만, 프로페셔널 모드를 켠 계정에서 보이는 알림입니다)

올해 페이스북에서 적잖게 이런 알림을 받았지만 받을 때마다 기분이 꽤 좋습니다. 개인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자 하는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발견된다"고 하니 그 혜택 또한 분명하게 느껴지고요.

제가 이런 알림이나 뱃지를 받기 '위해서' 당장 뭔가를 더 하진 않겠지만, 페이스북의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런 알림은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괜히 한번 더 들어오고 싶을 정도로.

곰곰이 생각해보니, 페이스북의 알림이 매력적인 데에는 몇 가지 심리학적 장치가 숨어있더군요.

  • 가변적 보상: 링크드인이나 쓰레드의 예측 가능한 알림(조회수 1,000 달성)과 달리, 페이스북의 '인기 게시물' 선정은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더 짜릿하고, 다음엔 어떤 글로 보상을 받게 될지 은근히 기대하게 만들죠.
  • 내재적 동기: 단순히 '조회수가 높다'는 숫자를 넘어, "당신의 글은 가치가 있습니다"라고 직접적으로 인정해주는 느낌을 줍니다. 이는 글쓴이의 유능감과 성취감을 채워주는 훨씬 고차원적인 보상입니다.
  • 사회적 인정: "다른 사람들도 당신의 글을 즐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통해, 내 글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커뮤니티로부터 사회적으로 가치있음을 인정받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알림은 앱의 리텐션을 높이는 굉장히 강력한 수단이죠. 여러분의 앱에서도 알림 기능을 고려하고 있다면, 단순히 통계만 나열하기보다는

  • 예측 불가능한 즐거움을 선물하고(가변적 보상)
  • 사용자의 노력을 진심으로 인정하며(내재적 동기)
  • 커뮤니티 안에서 가치를 느끼게 하는(사회적 인정)

이런 알림을 설계해보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저는 SNS에서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러주면 글의 조회수가 낮더라도 '내가 좋은 글을 썼군'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SNS를 비롯한 커뮤니티형 서비스에서는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 사용자와 긍정적 인터랙션이 많았던) 사람들이 누른 '좋아요'를 더 특별하게 표시해준다면 훨씬 더 마음을 움직이는 알림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