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우저-유즈 마인드셋을 함양하기

'이런 문제를 안정적으로 푸는 프로그램에게 어떤 API를 어떤 권한으로 줄까?' 보다, '브라우저-유즈 에이전트에게 어떤 프롬프트를 줄까?'가 더 가성비가 좋아지는 시대가 왔습니다.

저는 바이브 코딩 교육에서 언제나 '본인의 불편함을 직접 해결하라'고 얘기합니다. 그러면 굉장히 자주 나오는 문제가 '여러 앱을 돌아다니며 인간이 해야 하는 노가다를 대신하기' 예요. 예를 들어:

  • 네이버 부동산에서 특정 쿼리로 검색한 다음 나오는 매물을
  • 다른 사이트에서 여러 조건으로 검색해서 정확한 위치정보를 찾고
  • 찾은 위치정보를 토대로 다른 정보들을 모두 엑셀에 취합하고
  •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매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점수를 계산한다

초보 바이브 코더 입장에서 이런 문제를 푸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필요한 데이터를 프로그램이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입력'시키는 게 어렵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API가 없어서 개발자 도구를 켜서 네트워크 탭을 뒤지든, 페이지 자체를 크롤링하든 해야 하는 일도 많고요. API가 제공되더라도 Key를 발급받아 권한과 비용을 관리하는 게 필요하죠.

이 문제를 푸는 방법이 크게 2가지 있습니다.

  1. 프로그램 + API + 인간 개입으로 풀기: 문제를 분석하고 분해해서 손쉽게 프로그램화 가능한 부분들을 찾아 '모듈'로 구현한다. 모듈에 데이터를 주입하거나, 모듈과 모듈 사이의 연결은 일단 인간이 직접 한다. 필요한 데이터 생성을 자동화하는 부분을 점진적으로 프로그램화해나간다.
  2. 전체/일부 작업을 웹브라우저 제어 권한을 가진(브라우저-유즈) 에이전트에게 맡긴다.

사실 저는 ChatGPT 에이전트나, 다이아/코멧 등 AI 브라우저들의 초창기에는 의도적으로 그 흐름에 올라타지 않았습니다. 이미 신경쓰고 있는 다른 주제들이 너무 많았고, 아직 기술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고 봤거든요. 그래서 저 스스로든, 교육에서든 2번은 배제하고 1번 위주로만 설명했습니다. '조만간 브라우저-유즈가 잘 되기 시작하면 모드를 바꿔보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최근 분위기를 보면 '브라우저-유즈가 충분히 잘 되는' 시점이 이미 온 것 같습니다. 특히 Claude for Chrome을 사용해보신 고영혁님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이 글을 보고 저도 신청했습니다) 슬슬 코멧이든, Cursor 브라우저 제어든, Chrome DevTools MCP든, Claude for Chrome이든 이 흐름에 올라타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바이브 코더로서, 이제는 '이런 문제를 안정적으로 푸는 프로그램에게 어떤 API를 어떤 권한으로 줄까?' 보다, '브라우저-유즈 에이전트에게 어떤 프롬프트를 줄까?'가 더 가성비가 좋아진 느낌이에요. 물론 비용 문제를 고려하긴 해야겠지만, 'API 호출/관리 비용'이 '브라우저-유즈 에이전트 사용 비용'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하진 않을 것 같거든요. 게다가 토큰은 점차 전기세 수준으로 싸질 것이고, 초심자가 API를 직접 관리하는 게 어렵기도 하고요.

동시에, API 호출 없이 로직만으로 안정적으로 결과를 만들어줄 수 있는 작은 스크립트를 구현하는 건 여전히 무척 가치있는 바이브 코딩의 사용처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작은 도구를 쥐어준 나만의 브라우저-유즈 에이전트를 바이브 코딩하는 것도 아주 좋은 넥스트 무브가 되겠네요.

오늘의 생각을 이렇게 몇 마디로 정리해봅니다.

  • 역시 결국에는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는 역량, 에이전트에게 할 일 잘 주는 역량이 중요하다.
  • 과정이 중요한 건 계속해서 내가 하며 가치를 증강시키되, 결과만 중요한 건 최대한 병렬로 에이전트에게 맡기는 마인드셋이 필요하다. 브라우저-유즈 마인드셋도 '에이전트에게 줄 일'의 범위를 넓히는 과정이다.
  • 더 많은 권한을 줄수록 Evaluation이 더 중요해진다. 좋은 Evaluation set을 만들고, 프롬프팅 잘 하고, 피드백 먹이기. 여기에 특화된 도구들을 잘 실험해보자. DSPy, Stax 등등
  • 내가 오늘 공부하고 만드는 것의 80%는 몇달 뒤 무의미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걸 직접 실험하고 학습하는 과정은 여전히 가치있다. 학습의 결과보다는 학습 과정에서 변하는 내가 더 중요하다. 그러니 지치지 말고 끊임없이 learn & unlearn하자. 과정을 즐기자.

참고로 DSPy를 처음 들어보시는 분은 이 글을 추천드립니다. AI에게 맡기는 작업을 어떻게 더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개안'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