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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거로움을 즐기는 태도 (feat. 소셜 미디어 채널별 노출 및 반응 차이)

AI 시대에 여러분이 기꺼이 즐기고 있는 번거로움은 무엇인가요?

얼마 전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휘동님 링크드인이랑 스레드 둘 다 활발히 활동하시는 거 잘 보고 있어요. 어느 플랫폼에서 더 반응이 잘 온다고 느끼시나요?"

저는 글을 쓸 때마다 거의 똑같이 블로그 + 3종 SNS에 올립니다. 월간 뉴스레터도 보내고, 긱뉴스에 올릴 때도 가끔 있고요. 알고 보니 이 전략을 '내 플랫폼에 먼저 쓰고, 다른 곳에 배포'하는 POSSE(Publish Own Site, Syndicate Elsewhere) 라고 부르더군요. 이렇게 하는 게 번거롭지만 또 나름의 맛이 있습니다.

질문받은 김에 제가 느낀 각 채널별 특징, 그리고 POSSE의 매력에 대해 짧게 적어봤습니다. 참고로 제가 주로 쓰는 개발/AI 관련 글과 오디언스 기준이라서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임을 감안해주세요.

채널별 특징

쓰레드 - 광장

  • 노출: 비팔로워 노출 비중이 가장 높음. 팔로워가 적어도 글 내용이 좋으면 터짐. X와 유사하게 '팁 모음'이나 '소식'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
  • 반응: 노출 대비 반응이나 댓글 비율이 높은 편. 기존에 교류하던 사람들과 티키타카가 잘 됨. 하루에 여러 개 올려도 노출/반응 페널티가 없는 느낌이라 부담 없이 던지기 좋음.
  • 글쓰기 경험: 셀프 인용과 이미지 첨부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게 큰 장점. 글자수 강제로 인해 오히려 구조화된 글쓰기 훈련이 되고, 각 글마다 미리보기 링크나 이미지를 넣을 수 있으니 오히려 긴 글 쓰기에 더 좋은 느낌. 쓰레드에 써보는게 글 교정에 가장 도움이 됨.

링크드인 - 컨퍼런스 홀

  • 노출: 타 플랫폼 대비 팔로워 네트워크에게 더 잘 노출되는 느낌. 한편 글의 수명이 길어서 잊을만하면 반응이 옴.
  • 반응: 승진, 이직, 회고 등 '커리어 서사'에 대한 반응이 압도적이고, 기술 팁 공유도 크게 환영받음. 일상적인 글도 올라오는 등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곤 하나, 여전히 '전문성'을 띤 글이 우대받는듯.
  • 글쓰기 경험: 긴 글에 대한 글자수 제한이 있고, 링크를 무조건 자체 URL로 변환하고 (그래서 CLAUDE.md 같은 거 쓰기 힘듦) 이미지나 링크 프리뷰가 글 생성 시점에 없으면 안나오는 등 사소하게 불편한 게 많음

페이스북 - 사랑방

  • 노출: 새로운 유입이 별로 없음(신규가입자가 거의 없는 느낌). '공유'가 터지지 않는 한 기존 팔로워/친구들에게만 도달되는 게 많음.
  • 반응: 전반적으로 연령대가 가장 높고, 가장 친한, 오래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으며, 그래서 가장 따뜻하고 개인적인 느낌. 정서적 교류가 강함.
  • 글쓰기 경험: 글자수 제한도 없고 링크 바꾸지도 않는 등 링크드인의 단점이 없음. 마크다운은 그룹 게시물에서만 되고 개인 게시물에서 안 되는 게 아쉬울 뿐.

긱뉴스 - 게시판

(긱뉴스 글을 투표할 수 있고, 본인 글을 올릴 수도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분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 노출: 긱뉴스 자체의 높은 SEO 점수 덕분에 구글 검색 노출까지 덤으로 얻음.
  • 반응: 직접적인 댓글보다는 블로그로 유입되는 트래픽이 아주 강력함.
  • 글쓰기 경험: 마크다운을 일부 지원해서 편함. 간결한 문체로 요약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음. 이 압박은 긍정적이기도 하고 귀찮기도 함.

번거로움을 기꺼이 즐기는 태도

POSSE는 좀 귀찮지만 그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1. 원본을 내가 소유하니 플랫폼 의존성이 적음 (계정 밴의 위험, 플랫폼 몰락 위험, 뉴스레터로 팔로워 도달 보장 등)
  2. 상시 수정할 수 있고 최적의 읽기 경험은 내가 통제해는 내 블로그에서 제공 가능 (+ 소소한 광고 수입과 트래픽 분석)
  3. 유명한 사이트들에 백링크가 많이 올라가니 블로그 SEO 점수가 높아짐
  4. 채널별 오디언스가 다르고 글쓰는 경험도 다른데, 제약에 맞춰 글을 쓰는 훈련도 되고 오디언스/채널에 대한 감이 생김 → 글쓰기 외의 활동을 할 때 도움

물론 다양한 채널에 올리는 게 귀찮으니 Posteady를 비롯한 서비스가 있는 것이겠지만, 저는 이 번거로움을 일부러 감수하며 글을 개선하고 '감'을 기르는 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 감을 이용해 채널별로 일부러 조금씩은 다르게 쓰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지난주 업로드한 OpenAI 해커톤 후기에서 "OpenAI 엔지니어가 Codex를 활용하는 방법" 섹션은 다른 플랫폼에서는 하나의 글에 합쳐서 올렸지만, 쓰레드에서는 쪼개는 게 훨씬 반응이 좋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섹션 제목을 feat 으로 해서 원글의 제목에도 넣고, 쪼개서 올렸더니 실제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
사족: 소셜 미디어의 노출 알고리즘 관련해서는 X(구 트위터)에서 공개한 피드 구성 알고리즘이 흥미로웠습니다. 이전에 공개된 버전과는 달리 휴리스틱이나 번거로운 규칙(일론 머스크 전용 룰 등)이 대폭 제거되었고요. 팔로워 네트워크와 바깥 네트워크를 섞어서, Grok 기반 트랜스포머 모델로 반응(인게이지먼트)이 높을 만한 걸 예측하여 상단에 노출시킨다고 하더군요.

AI 시대에 여러분이 기꺼이 즐기고 있는 번거로움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