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DY/94] 번아웃 극복을 위한 선택, 근황, 최근 쓴 글들
뉴스레터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어느새 11월이 지나고 12월이 되어버렸군요. 지난 레터 이후 5주만에 인사드립니다.
사실 11월에는 번아웃이 왔었습니다. 5개월 전 퇴사를 결정하면서 1인 사무실에 입주하고 한동안 집중력이 크게 올라왔었는데, 언젠가부터 혼자 있을 때 멍하니 있거나 딴짓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11월 중순부터는 그게 너무 심해져서 2주 가까이 글을 하나도 못쓰기도 했고요. 이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포함해 최근 관심사 및 근황을 공유드리고, 최근 쓴 글을 소개드립니다.
번아웃 극복을 위한 선택: 코르카 풀타임 합류
12월부터 코르카에 풀타임으로 합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원래 주당 24시간, 주 1회만 사무실 출근하는 조건으로 계약했었는데 이제 전심전력으로 임하기로 한 것이죠. 이 결정에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우선 가장 큰 건 집중력 문제. 개인 사무실보다 회사 사무실에서 집중이 훨씬 잘 되더라고요. 춥고 좁은 개인 사무실보다 환경이 훨씬 나아서일까요? 심지어 출퇴근 시간에도 딴짓을 못하니 오히려 그 시간에 글을 쓰거나, 읽거나, AI와 대화하거나, 좋은 영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2호선 퇴근의 압박은... 감수해야 했지만요.
또한 주당 16시간 확보한 자유시간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이 글쓰기, 기업 교육/컨설팅, 개인 교육/상담, 앱 개발 등이었는데요. 이들이 코르카 안에서의 활동으로 흡수되거나, 의미가 축소됐습니다.
- 기업 교육/컨설팅은 코르카에서 AX 팀을 만들어 AX 컨설턴트를 맡으면서, 코르카 이름으로 더 본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12월부터는 3개월동안 빗썸에서 매주 2차례 AI 활용법을 교육하고 있어요.
- 개인 교육/상담도 AX와 관련 있는 일이라면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게 됐어요.
- 앱 개발은 컨설팅과 '변화 만들기'에 제 에너지와 관심이 더 집중되면서, '개인적인 앱을 만들며 운영하면서 실력을 높이겠다'는 증명 욕구, 또는 강박관념이 많이 사그라들었습니다. 사실 코르카 내에서 엔지니어링을 열심히, 재밌게 하고 있기도 하고요.
- 글쓰기는 개인 사무실에서 집중을 못 하니 아예 쓰질 못해서 의미가 크게 없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코르카의 사람들과 제품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대표님은 저를 굉장히 신뢰해주고, 팀원들도 성품이 선하며, 같이 일하기 좋은 분이 많아요. 제가 직접 좋아하는 분들이 코르카로 합류하도록 꼬시기도 했고요. 글로벌로 성장하고 있는 두 AI 제품(문라이트, 트레이스) 또한 전망이 밝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재미있게 도전할 만한 곳이라고 느꼈어요.
풀타임 합류를 결정하고 나서 신기하게도 번아웃에서 빠져나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혼자 있을 때의 집중력도 다시 회복되고, 글 쓰는 게 다시 재미있어졌거든요. 이후 코르카와 제 행보를 잘 지켜봐주시길!
2️⃣ 코르카에서 저와 함께 AX 팀을 이끌어나갈 AX 컨설턴트를 모십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훨씬 더 잘 할 방법이 있다'고 믿고, 건강한 의심과 호기심을 통해 꾸준히 밑으로/옆으로 탐구하며 실험하는 자세를 지닌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 저와 함께 짝 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지원자 평가 방식을 설계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에 담겨있으니, 읽어보시고 많은 지원 부탁드립니다.
출연, 발표, 집필, 페어, 상담
어쩌다보니 여기저기서 불러주셔서 여기저기에 출연/발표하고 있는데, 12월에도 그럴 예정입니다. 공동집필한 책이 한 권 나왔고, 한 권은 출판사에서 편집 중이고, 한 권은 열심히 쓰기 시작했습니다. (혼자서는 집중이 안 되니) 회사 안팎에서 짝 작업을 굉장히 자주 했고, 많은 분들과 상담/코칭/과외도 했습니다. 여러모로 정신이 없지만... 저는 바빠야 딴짓을 안 하는 사람인 것 같네요. 밑천이 드러나지 않게 열심히 발버둥치고 있어요.
공개 미디어 출연 및 행사 참여에 대한 기록을 간단히 남겨둡니다.
- 10/29 토비살롱 라이브 출연: <토비의 스프링> 저자이신 이일민님의 유튜브 라이브에 나가서 즐겁게 수다 떨고 왔습니다. 제가 어떻게 개발자가 됐고, AI의 시대에 입문했는가로 시작해서 AI 시대의 커리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비개발자 교육 경험 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어요.
- 11/18 AI Maker 밋업 발표: 정구봉님의 초대로 AI로 제품을 만들고 혁신을 만드는 사람들의 모임에 나가서 코르카의 AX 컨설팅 시행착오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참석율이 100%라서 깜짝 놀랐네요. 많은 분들로부터 긍정적 자극을 받았습니다.
- 12/16 빌더 조쉬 유튜브 출연: <조쉬의 뉴스레터>에서 1만이 넘는 구독자에게 AI, 비즈니스, 프로덕트 이야기를 전하고 계신 조쉬님이 유튜브로도 진출하셨습니다. 제가 실무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에요.
- 12/17 Claude Code Seoul 밋업 발표: 최훈민님의 초대로 Anthropic이 공식 후원하는 밋업에서 발표 예정입니다. '레거시 코드베이스에서 에이전트와 사람을 함께 일잘러로 만드는 환경 구축하기'라는 제목으로, AX팀이 내부 컨설턴트로서 문라이트 개발팀과 협력하며 쌓아온 시행착오와 교훈을 공유합니다.
- 12/18 BOLD Seoul 2025 바이브 코딩 해커톤 심사: 조쉬님의 초대로 EO가 주최하는 BOLD 컨퍼런스에서 바이브 코딩 해커톤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짧은 시간 진행되는 해커톤을 어떻게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심사할지 열심히 논의 중이에요.
최근 쓴 글들
지난 뉴스레터 이후 쓴 글은 총 24편입니다. 그중 회고글, 홍보글, 저널 등 몇 편, 그리고 위에서 이미 소개드린 글을 빼면 17편이네요. (사실 훨씬 더 많은 글을 쓰고 싶었는데 번아웃 때문에 못 썼습니다ㅠ)
이중 5편을 추천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추천글 5개
- 바이브 코딩에 입문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Gemini Canvas로 바이브 코딩 시작하기를 추천합니다. 바이브 코딩의 폭발적 붐이 살짝 지나간 느낌이 들긴 하지만, 저는 여전히 바이브 코딩이 자신만의 작은 프로그램을 쉽게, 직접 만들 수 있게 해주는 도구로서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고 생각합니다. 비개발자분들이 쉽게 따라하실 수 있도록 이상형 월드컵 만드는 실습을 찬찬히 적어두었습니다.
- 효과적인 프롬프트를 쉽게 작성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첫 턴에 고해상도 응답을 만들어내는 (가능성이 있는) 프롬프트 템플릿을 추천합니다. LLM과 대화할 때 항상 느끼는 문제는 '고해상도 도메인 토큰'을 쥐어주지 않으면 피상적인 응답만 한다는 것인데요. 어떻게 하면 내가 이런 고품질 토큰을 직접적으로 주지 않고도 좋은 응답을 하게 할까? 를 화두로 몇 턴의 대화를 나눠본 뒤 제법 괜찮은 메타프롬프트를 만들었습니다. 글 작성 이후 꽤 자주 써보면서 추가로 개선한 버전이 있는데, 그 개선 과정은 다른 글로 남겨보겠습니다.
- AI 에이전트가 더 오래 일하게 하는 '에이전틱 루프 설계'에 관심있으신 분들에게는 인간이 루프 위에 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Human-in-the-loop vs. Human-on-the-loop)를 추천합니다. HITL은 AI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 사람의 승인이나 입력이 필요한 방식이고, HOTL은 AI가 자율적으로 작동하되 사람이 모니터링하다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것입니다. 저는 HOTL을 위해서는 HITL보다 몇 가지를 더 엄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보는데, 그런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 연구직에 종사하시거나, 논문을 많이 읽는 분들에게는 교수님 연구실에 문라이트 하나 놔드려야겠어요를 추천합니다. 요즘 AI를 이용한 과학 연구가 상당히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OpenAI에서는 2026년 9월에 'AI 연구 인턴'을 내놓겠다고 하네요). 문라이트는 코르카에서 운영중인 AI 논문 읽기 도우미이며, 최근 글로벌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제품입니다. 바이브 코딩의 뒤를 잇는 '바이브 리서치'의 시대에 걸맞는 제품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 마지막으로, 올해를 돌아보며 내년도 목표를 좀 더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Results Chain: 진짜 가치를 만들어내는 단계적 목표 설정의 기술을 추천합니다. 목표를 '내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여러 층위(투입-산출물-성과-파급효과)로 나누고 연결하는 것인데요. 제가 몇 년 전부터 목표 설정을 할 때 유용하게 써먹고 있는 사고 모형이며, 코칭/주니어와 1:1/프로젝트 설계/교육 설계 등 제가 하는 거의 모든 활동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는 제가 쓴 다른 글들의 가벼운 요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