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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어 프롬프트의 모호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어감사전>

경험과 체험, 강의와 강연과 연설은 어떻게 다를까요?

저는 '틀림'에 상당히 예민합니다. 그래서 제가 쓰는 글에 틀린 내용을 담지 않기 위해 출처를 열심히 찾고, 편견과 단정을 피하고자 노력합니다. '다름'을 '틀림'으로 표현한 말을 듣거나 글을 읽을 때에도 자주 움찔거리죠.

내용뿐 아니라 형식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띄어쓰기는 때로 틀릴지언정 다른 종류의 맞춤법 오류나 오탈자는 내지 않으려고 주의를 기울입니다. (사실 주의를 안 기울여도 그냥 보이는 '매의 눈' 특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사소한 형식 오류로 귀한 내용이 묻히면 아깝잖아요.

오늘 우연히, 저도 모르게 어떤 글에 '적확하다'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의 '정확'한 뜻을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검색하다 보니 좋은 책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30년간 사전을 만들어온 안상순 작가의 <우리말 어감사전> 이라는 책입니다.

우리말 어감사전
우리말 어감사전 작품소개: 사전 편찬의 장인이 국어사전에 다 담지 못한 우리말의 ‘속뜻’. 확실히 검증된 객관적인 의미만을 간결하게 수록하는 사전에서는 쉽게 드러내기 어려웠던 편찬자의 고민과 생각이 알뜰하게 담겨 있다. 가령 ‘가치’와 ‘값어치’, ‘헤엄’과 ‘수영’은 비슷하지만 어감, 뉘앙스, 말맛, 쓰임 등이 다르다. 하지만 지금의 사전은 이 섬세한 차이를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한…

목차를 보니 'A와 B의 차이가 뭐야? 네가 말하는 A가 정확히 무슨 뜻이야?' 같은 말을 달고 사는 제게 참 어울리는 책이었어요. 그래서 충동구매했습니다. 예전에 사서 재밌게 읽었던 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과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고요. 마음사전은 훨씬 감성적이지만요.

형식과 내용 양측에서 틀리지 않고, 덜 모호한 글을 쓰고자 하는 제 습관은 의도치 않게 AI 시대에 꽤 큰 이득이 되고 있습니다(오타는 부적절한 토큰을 불러올 가능성을 높입니다). 자연어는 본질적으로 모호하지만, 더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고 충분한 맥락을 제공하면 대개 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옵니다. 이 책이 제가 적는 자연어 프롬프트의 모호성을 더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참고로, 그리고 재밌게도, 정작 '정확'과 '적확'의 차이에 대해서는 <어감사전>에 나오지 않더군요. <어감사전>을 소개한 yes24 블로그에는 그 내용이 나옵니다.

요약하면

  • 정확: 정답이 있는 문제에서 맞냐 틀리냐를 따질 때 사용
  • 적확: (옳고 그름을 명백히 따질 순 없지만) 표현/비유가 대상/상황에 얼마나 잘 들어맞는가/적절한가 따질 때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