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 바이브 코더가 살아남는다
저는 바이브 코더로서 AI 도구에 돈을 투자하는 것에 상당히 신중한 자세를 취합니다. 혹시 결제하더라도 1년 구독은 웬만하면 하지 않고, 주변에도 하지 말라고 권해요. 차라리 Pay-as-you-go 가 낫다고.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닙니다. 당연히 돈을 아껴 더 중요한 곳에 투자하면 좋지만, 그 외에도 3가지 이유가 더 있어요.
- 어제 마음에 들었던 서비스가 오늘은 마음에 안 들 수 있다
- 한 서비스에 정착하면 효율은 높아져도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
- (가장 중요) 좋은 대안을 찾아 시험해보고, 무료 플랜을 온몸 비틀며 활용하는 과정에서 AI를 더 똑똑하게 쓰는 역량이 늘어난다
1) 어제 마음에 들었던 서비스가 오늘은 마음에 안 들 수 있다
AI 세계의 업데이트가 너무 빠릅니다. '최고 모델'이 매주 바뀌고, 유료 도구가 좀 잘나간다 싶으면 순식간에 무료 오픈소스 버전이 나옵니다. 한 도구에서 유니크했던 기능이 어느새 다른 도구에도 들어오고요.
단적인 예로, ChatGPT에 딥리서치 나오고 감탄하며 $200짜리 Pro 플랜을 연간구독했던 분들이 주변에 좀 있었는데요. 이젠 Gemini, Claude, Grok, Perplexity 등 딥리서치가 없는 LLM이 거의 없습니다. 여전히 ChatGPT 딥리서치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특별'하진 않게 됐죠.
Claude는 또 어떤가요? Claude가 최고라며 연구독했다가, DeepSeek-Grok-ChatGPT-Gemini의 약진에 Anthropic이 침묵했던 2025년 초에는 'Claude 구독 괜히 했다'는 분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Claude 3.7, 4.0과 Claude Code가 나오면서는 'Cursor 구독 괜히 했다'로 바뀌었고요. 이것도 또 언제 바뀔지 모릅니다.
게다가 약간의 제한이 있을 뿐, 무료로도 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 얼마든지 있으니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2) 한 서비스에 정착하면 효율은 높아져도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
일단 구독했으면 뽕을 뽑고 싶어지는 게 당연한 사람의 심리죠. 하나의 도구를 깊게 파서 잘 다루는 것에도 물론 큰 가치가 있지만, 요즘처럼 업계 1황이 없는 시대라면 이런 자세가 '효율'은 높여도 '효과'는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는 한 도구에 너무 익숙해지면 다른 도구의 탐색에 게을러지고, 적응력이 쇠퇴되기 쉬워서입니다. 그래서 내 문제를 해결하는 더 적합한 도구가 등장했다는 걸 아예 인지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도구를 잠깐만 써보고 '원래가 낫네' 하며 금방 돌아가버리는 일이 생기죠.
최고를 찾아 계속 떠돌아다니라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도구를 하나만 파더라도 성과만 잘 내고 있다면, 그리고 단순히 사용하는 걸 넘어 깊숙한 작동원리와 장단점을 꿰고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망치를 든 채 모든 걸 못으로 간주하는 실수는 피하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언제나 제 3의 길이 있으니까요.

3) 좋은 대안을 찾아 시험해보고, 무료 플랜을 온몸 비틀며 활용하는 과정에서 AI를 더 똑똑하게 쓰는 역량이 늘어난다
요즘 거의 대부분의 AI 앱들은 무료 플랜에서 달마다 리셋되는 크레딧을 부여하는 방식의 프라이싱 정책을 취합니다. 무료 크레딧을 쓰러 매달 사용자가 돌아오게 하고, 나아가 유료 고객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서죠. 예를 들어 Lovable은 매달 30 크레딧을 주고, 하루 최대 5크레딧을 쓸 수 있으며, 채팅 한 번당 (에이전트 모드가 아니라면) 1크레딧이 차감됩니다. 다른 서비스들도 크게 다르진 않아요.
하루 5번의 메시지 제한은 하나의 상용 앱을 완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죠. 그러나 실험하고 훈련하기에는 충분한 양이기도 합니다. 결제하라고 만들어둔 제한을 오히려 내 역량 성장의 도구로 활용하는 겁니다.
전설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은 평생 단 20번만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투자를 훨씬 더 잘 할 수 있게 된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는데요.

저는 바이브 코딩에서도 비슷하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AI에게 무엇을 어떻게 시킬지 설계하고, 이렇게 시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고, 실제로는 어디까지 해오며 무엇은 못하는지 면밀히 관찰하며 연구하는 자세를 취한다면 AI 활용 역량과 바이브 코딩 역량이 급속도로 성장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단 5번만에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낼테니까요.
그렇다고 지나치게 신중해져서 실행력이 떨어진다면 주객전도겠죠. 그러니 이와 동시에, "내게 많은 기회가 있고, 바이브 코딩으로 만든 걸 얼마든지 버리고 새로 시작해도 된다"는 마음가짐 또한 가진다면 더 좋을겁니다.
실제로 Lovable, Bolt, Replit, Tempo, Emergent, Same, Mocha, Fusion 등등 수많은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고 기능도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사실 기회는 많습니다. Google AI Studio에서도 공짜로 앱을 만들어볼 수 있고요. 그러니 마음가짐만 이렇게 가져가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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