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연구실에 문라이트 하나 놔드려야겠어요 (부제: 바이브 리서치 시대에는 어떤 도구가 필요할까)
연구활동에 AI를 더하기 시작하는 3가지 방법
저는 종종 교수 지인으로부터 개인적인 AI 활용, 또는 연구실 차원에서의 AI 도입에 대한 고민 상담을 받습니다. 상부로부터 '어떻게든 AI를 써라'는 지침이 내려왔는데, 자기는 솔직히 AI 잘 모르고, 또 관성 때문에 변화가 쉽지도 않다는 얘기도 듣고요. 그래서 보통 이렇게 3가지로 시작해보라는 말씀을 드리곤 합니다.
- 가장 자주 하는 활동들을 큰 습관 변경 없이 돕는 AI 도구를 하나씩 도입해보자. 논문 읽기 - 문라이트, 문헌 검색 - 퍼플렉시티, 미팅 요약 - 각종 AI 노트테이커, 글쓰기 및 실험용 코드 구현 - 클로드 코드 등.
- 기본적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익히자. 명확한 성공 기준을 정하고, 따라할 수 있는 예시를 주고, 부족한 정보를 보충하는 '되묻기'를 요청하자. 이걸 자주 하는 활동에 도입해서 테스트해보자.
- AI를 '까칠한 리뷰어'로 활용해보자. AI에 내 논문 초안이나 핵심 주장을 넣고 "이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논리 3가지를 제시해줘" 또는 "이 실험 설계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찾아줘" 같은 역할을 맡겨보자.
충분히 두꺼운 AI Wrapper, 문라이트
1에서 언급한 AI 논문 읽기 도우미 '문라이트'는 제가 재직중인 코르카의 주력 제품 중 하나입니다. 글로벌로 입소문이 돌았는지 10월 말 기준 사용자 10만을 넘기고, 일 800명씩 신규 가입자가 생기며 성장하고 있어요. 해외 유저가 50% 가까이 되고요. 단체로 써보고 싶다는 대학 연구실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실 냉정하게 보면 문라이트도 일종의 'LLM Wrapper'에 불과합니다. 논문 PDF를 첨부해서 ChatGPT에 '적절히' 질문하면 문라이트의 유료 기능을 대부분 대체할 수 있죠. 하지만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여러 앱을 왔다갔다 하는 건, 즉 습관화된 행동 양식을 바꾸는 건 굉장히 번거롭습니다. 그리고 요약, 번역, 그림 설명 등에 맞춰 좋은 응답을 하도록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비록 AI Wrapper에 불과하더라도, 그 Wrapping이 충분히 두꺼워서 +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유려한 경험을 줄 수 있다면, 그리고 경쟁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도메인이라면 제품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브라우저 익스텐션이라는 인터페이스 + '논문 읽기'라는 니치한 도메인을 공략한 문라이트가 현명했다고 봅니다. 원래 하던 대로 웹브라우저에서 논문 PDF를 열면 AI가 자연스럽게 '증강된 읽기'를 할 수 있게 도와주니까요.
'바이브'의 대상이 '리서치'로 넘어가고 있다
저는 문라이트의 다음 단계에 대한 상상도 자주 합니다. 문라이트가 어떻게 더 발전해야 '연구자들을 위한 Cursor'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에요. 이는 거시적인 AI 트렌드의 변화와도 어느정도 맞닿아 있습니다.
2025년 초부터 지난 6개월 가량은 가히 '바이브 코딩'의 광풍이 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Cursor, Lovable, Replit, Claude Code 등, 자연어 프롬프트만으로 앱을 만들어주는 수많은 코딩 에이전트들이 엄청난 관심을 받고 막대한 매출을 올렸죠.
그런데 요즘은 '바이브'의 대상이 점차 다른 타겟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바이브 리서치'인데요. OpenAI에서는 10월 말 '연구 자동화'를 연구하고 있다며, 2026년 9월에는 'AI 연구 인턴'을 내놓겠다는 말을 한 바 있습니다(출처: 최승준님 페이스북 포스트). 구글과 앤트로픽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고요. 그래서 'AI를 이용한 과학 연구'라는 주제가 향후 몇달간 상당히 화제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바이브 리서치가 바이브 코딩만큼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지는 모르겠습니다. 컴퓨터로 하는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바이브 코딩의 산출물인) '소프트웨어'에게 본인 작업을 대신 맡겨 효용을 느낄 수 있지만, (바이브 리서치의 산출물인) '연구논문'은 '누구나 만들고 싶은 무언가'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코딩 에이전트에서 성공적이었던 요소들을 리서치 에이전트에 접목하는 건 생각해봄직합니다. (주의: 제가 '연구'라는 행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 딱 대학원 석사 수준입니다. 즉 제 의견이 굉장히 틀릴 수 있습니다)
'바이브 리서치' 시대에는 어떤 도구가 필요할까
Cursor, Claude Code, Codex 등 근래의 코딩 에이전트들은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 소프트웨어 개발의 전 과정(문제 인식, 기존 코드 이해, 해결책 설계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 실제 설계와 구현, 리뷰, 테스트, 배포, 실험, 모니터링 등)에 도움을 준다.
- 위 과정을 돕는 다양한 도구(Web fetch, MCP 서버, CLI 프로그램, 터미널 명령어, 쉘 스크립트 등)를 사용할 줄 알며, 사용자가 이런 도구를 적절히 붙여주면 매우 강력해진다.
- 사용자가 하나의 인터페이스(IDE 또는 TUI)를 떠날 필요 없이 여러 도구와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리서치 에이전트 역시 이런 특징을 갖춘다면 참 편리하리라 감히 예측해볼 수 있겠습니다.
- 연구논문 작성의 전 과정(문제 인식, 기존 문헌 이해, 실험 설계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 실험 설계와 실행, 결과 분석, 논문 작성, 학회/저널 발표, 리뷰 대응 등)에 도움을 준다.
- 위 과정을 돕는 다양한 도구(LaTeX, 데이터 시각화 도구 등)를 붙여서 더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
- 사용자가 하나의 인터페이스를 떠날 필요 없이 여러 도구와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바이브 리서치는 치명적인 함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이브 코딩이 '그럴듯하게 틀린 코드'로 개인에게 디버깅 지옥을 만든다면, 바이브 리서치로 생긴 '그럴듯하게 틀린 연구'는 세상에 큰 해악을 끼칠지도 모르니까요. 따라서 리서치 에이전트는 인간의 검토를 수월하게 만드는 인터페이스와 더불어 환각 억제에 집중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전을 달성하려면 먼저 무엇이 진실인지 파악하는 게 필수적입니다. 즉, 기존 문헌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모든 연구의 시작점이 됩니다.
문라이트의 현재와 미래
이것이 현재 문라이트가 연구논문 작성 과정 중 가장 핵심이 되는 '기존 문헌 이해', 즉 하나의 논문을 더 쉽고, 빠르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에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당연히 이것만으로 멈출 건 아닙니다. 이미 서지 관리와 논문 검색 등 횡적으로도 기능 확장을 하고 있고요. 나아가 실험 설계, 결과 분석, 타 논문 재현, 논문 작성 등 전체 과정을 'AI 동료로서 돕자'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도구들도 만들어 붙여야 할 것이고, 환각도 더 줄이고, 인터페이스 또한 더 편리하게 해야겠죠. 할 일은 무척 많습니다만, 그만큼 즐겁게 그리고 빠르게 개발하고 있어요.

바이브 리서치의 시대에 어떤 도구들이 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코르카의 문라이트가 그런 도구 중 하나가 되길 바라며 저도 숟가락을 얹으려고 합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며 문라이트에 관심이 생기신 연구자 분들은 이 초대링크로 가입해보시거나, moonlight@corca.ai 로 연락 주세요(홈페이지에서 채널톡으로도 문의 가능합니다).
그리고 코르카에 합류해 문라이트를 함께 개발하고 싶으신 엔지니어 분들께도, 언제나 문이 열려있으니 JD를 참고해서 지원해보시길 바랍니다.
해피 바이브 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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