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디자인 에이전트 어디 없나 (feat. Readdy 창업자와의 대화)

디자인 에이전트는 디자인에만 집중해주면 좋겠습니다.

언더토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simon.dsgn 님이 바이브 코딩 라이브(1.5시간만에 투두앱 만들기)에서 디자인 에이전트로서 언급하셔서 기대하며 찾아봤던 https://creatie.ai/ 는 셧다운 예정이고, https://readdy.ai/ 로 피벗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가입해서 보니까 실망스럽게도 이것 또한 또다른 v0, Lovable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만들어보지도 않았습니다. 웹 프로토타핑 시장에 플레이어가 너무 너무 많고 그들끼리 유니크한 차이점은 없이 대동소이해요. 차이점을 탐구하기 위해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게 아깝게 느껴지더군요.

제가 원하는 건 제대로 UI/UX 디자인에 집중한 에이전트입니다. PRD와 사용자 스토리 넣어주면 유저 플로우를 와이어프레이밍 또는 좀 더 제대로 된 디자인으로 그려주고, 그자리에서 빠르게 편집 가능한, 그런 에이전트. 코드 짜고 퍼블리싱하는 건 좀 안하면 좋겠어요. 디자인만 집중해주면 안되나?

뇌피셜이지만, 저는 많은 기업들이 계속 디자인이 아닌 코딩 에이전트를 내놓는 게 대충 이런 이유 아닌가 싶습니다.

  •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코딩 에이전트에 돈을 내고 있다는 건 여러 사례로 증명됨 (Cursor, Lovable, Claude Code 등)
  • 현존하는 코딩 에이전트들에 뭔가 부족한 점이 보이고, 내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음
  • 디자인 에이전트에 대한 시장 니즈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음 (별로 안 클 것 같음)
  • 코드를 짜지 않고 AI가 디자인하게 하는 게 쉽지 않음. 그래서 코드로 짰더니... 이거 그냥 코드도 주면 안되나? ➡︎ 코딩 에이전트화

근데 저는 그냥 유저 플로우 제대로 짜주기만 해도 만족할 것 같거든요. 디자인 시스템과 빌딩블록이 코드로 제공되면 물론 좋겠지만, 높은 품질로 잘 작동하는 코드베이스를 바라지 않아요. 그거 할거면 커서, 클로드 코드 쓰지 왜 너네 쓰냐 이거죠.

그런데 오늘 Readdy 창업자에게 (자동) 이메일이 왔어요. "얼리 유저가 되어줘서 고맙다, 튜토리얼이랑 문서 봐봐라, 질문이나 제안 있으면 답장 줘라. 나 이메일 모두 읽는다."

마지막 말에 꽂혀서 위와 같은 생각을 담아 주저리주저리 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이 엄청 빨리 오더군요.

  • 나: Creatie 추천받았었는데 Readdy로 바뀌었더라. 너희 디자인 에이전트임, 아니면 그냥 또하나의 러버블임?
  • 레디: 지금은 러버블임
  • 나: 왜 또 코딩 에이전트냐. 그러면 나는 테스트하는 시간 내기에도 아깝다. 여기 씬에 플레이어 너무 많다. 좋은 디자인 에이전트는 거의 없다. 좀 내달라.
  • 레디: 솔직한 이야기 고맙다. 생각하고 있던 방향인데 말해주니 확신이 더 생긴다.
  • 나: 다들 코딩 에이전트 만드는 게 이런 이유 같은데 나는 디자인 에이전트가 코딩해주는 걸 바라지 않는다. 블라블라

덕분에 조금은 기대가 생겼습니다.

참고로 현존하는 디자인 에이전트들에 대한 제 감상은 이렇습니다.

  • Stitch: 무료고 디자인에만 집중하긴 하는데 솔직히 너무 구림. '유저 플로우'를 볼 수 없음. 멀티 페이지 디자인도 어려움. 몇달 됐는데 뭐가 개선되고 있는지 모르겠음
  • Figma Make: 디자인보다는 코딩에 치중. 엄청 구리진 않지만 특별하지도 않음. 그냥 또하나의 v0로 느껴짐
  • Onlook: 디자인보다는 코딩에 치중(2). 오픈소스, 네이티브 앱이라는 게 다름. 왜 다른 IDE 대신 이걸 써야 하는가? 에 대답하지 못하겠음
  • Relume: 랜딩/소개 페이지 디자인에는 괜찮은데 그 이상 확장이 안 됨
  • Tempo: 가장 괜찮긴 한데 기능이 너무 많고 비쌈. 디자인은 일부일 뿐

물론 제가 잘 모르고 있는 것일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충분히 좋은 플레이어 있으면 좀 써보고 강의에서도 소개하고 싶은데, 알려주실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