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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P도 J도 아니다 + 잡생각

성격 테스트로 나를 규정짓기는 어렵다.

성격 테스트로 나를 규정짓기는 어렵다

최근에 알게 된 분이 나의 습관 기록을 보시고는, 내가 엄청난 J 성향의 사람인 줄 알았다는 얘기를 하셨다. 비슷한 얘기를 올해만 3번째 듣는다.

나는 Big 5 성격검사 상으로 성실성이 평균보다는 높은 편이긴 하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들은 굉장히 충동적으로 내려왔던 (그리고 후회한 적이 없었던) 역사가 있어서 내가 정말 J 성향인지는 모르겠다. MBTI에서는 P-J가 정확히 50:50으로 나오기도 하고, 과거에는 계획 세우고 안/못 지킨 적이 너무 많았다.

다년간의 실패 끝에 작년부터는 습관을 잘 누적시키고 있긴 하다. 여기에는 Huberman의 역할이 매우 컸다. 그래서 작년부터 나를 알게 된 분들은 나를 오해했을 수도 있겠다.

-- 여기까지 쓴 다음, 내가 정말 성실성이 평균 수준인가? 해서 다시 검사를 해봤더니 퍼센타일이 꽤 달라졌다. 성실성이 5개 요소 중 가장 퍼센타일이 높다;;

11년만에 다시 해본 Big 5 검사

Big 5는 재검사 신뢰도가 높아서 잘 안 바뀐다고 들었는데,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당시에는 그냥 대학원생이었지만 지금은 가정과 회사에서 여러가지 정체성을 지니고 있어서? 당시에 영어단어를 잘 몰라서 대충 대답해서? 또는 이 서비스를 11년 사이에 사용한 사람이 훨씬 많아져서 나는 비슷한데 분포가 달라진 걸까? 잘 모르겠다.

어쨌든 요즘은, 작은 것들은 계획한대로 + 그러나 계획을 유연하게 바꾸면서 J 처럼 하고, 큰 것들은 (내가 누적해온 행동과 생각에 기반하여) P처럼 기회가 오는대로 붙잡는 사람이 나인 것 같기도 하다. 성격 테스트로 나를 규정짓기가 쉽진 않다.


잡생각

  • 몇년 전부터 알고 지냈던 20년 경력의 요가선생님을 인지작업 분석(Cognitive Task Analysis, CTA) 기법으로 인터뷰해봤다. 내가 쓰려는 <디버깅 전문가를 만나다> 뉴스레터에 이 내용이 들어갈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한편, CTA를 영어로 하는 훈련을 하면 삶의 기회가 어마어마하게 커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 날씨가 엄청나게 따뜻해졌다. 대서양 해류 벨트가 점점 더 느려져서 빠르면 내년에 멈춘다는 기사도 봤다. 음... 그 와중에 나는 컴퓨팅을 통해 엄청난 열을 발생시키는 AI로 벌어먹고 있다. 내가 직접 출처 보고서를 읽거나 논문을 읽어본 것도 아니고, 아직은 여기에 대해 나와 가족을 위해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바깥쪽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차원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깊이 고민을 안 해봤다. 하지만 조만간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 한동안 날 괴롭혔던 구순구각염이 가니까 목감기 기운이 조금씩 오려고 한다. 요즘 내가 잠을 많이 안 자나? (음 그건 맞다.) 식사, 운동, 비타민, 햇빛 다 챙기고 있는데 왜 자꾸 아프지? ...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식사/운동/비타민/햇빛을 안 챙겼으면 더 아팠겠거니 하며 나를 달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