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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글쓰기 챌린지 #4] 의도적 시각화 훈련으로 보름만에 태블릿 뉴비 탈출하기

일주일만에 "시각화를 통해 결과적으로 전보다 더욱 효과적이고 창의적이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지만, 일주일 더 실험을 해봤습니다.
[4주 글쓰기 챌린지 #4] 의도적 시각화 훈련으로 보름만에 태블릿 뉴비 탈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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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글쓰기 챌린지의 첫 테마인 '인지적 시각화'에 속하는 글들입니다.
1. 활자중독자가 인지적 시각화 만나고 격변한 썰
2. 내가 태블릿을 살 줄은 꿈에도 몰랐어
3. 시각화의 자신감을 높이기 위한 행동계획 설계하기
4. (현재) 의도적 시각화 훈련으로 보름만에 태블릿 뉴비 탈출하기

어제는 제 시각화 훈련 프로젝트 설계를 보여드렸었죠.

  • 목표: 9월 30일까지(4주간) "펜 태블릿을 이용해 머릿속에 생각난 것을 시각화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10점 만점에 9점이 된다.
  • 행동계획: '선긋기'와 '시각화'를 매일 훈련하면서 자신감을 측정하고, 이 과정을 AC2 커뮤니티에 올린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프로젝트는 대성공이었습니다. 4주가 아닌 2주만에 훈련을 조기 종료했고, '선긋기'는 더 일찍 졸업했어요. 제가 날짜별로 뭘 했고 뭘 느꼈는지 간단히 공유해볼게요.

첫 7일

1일차: 선긋기만 20분(자신감 1점 → 2점)

  • 처음으로 태블릿을 제대로 써본 날이었습니다. 열심히 따라그리고 나니 손아귀가 무척 아프고 피곤해서 정작 시각화는 못 했어요.

2일차: 선긋기 20분, 시각화 10분(자신감 2점 → 2.5점)

  • ('인지적 시각화' 교육에서 추천받은 책인) <Storytelling with Data>의 챕터 1을 노트에 시각화하고, 태블릿으로 피그잼에 옮겼습니다.
  • 선긋기 실력은 전날 대비 별로 나아진 것 같지 않았지만 실제로 제게 의미있는 내용을 시각화하니 좀 더 감이 왔습니다.

3일차: 선긋기 15분, 시각화 30분(자신감 2.5점 유지)

  • 회사 동료들에게 제가 하는 일의 순서를 설명하면서 종이에 그렸던 걸 옮겼어요.
  • 옮기다 보니 아까 설명할 때는 놓쳤던 것도 보이고, 피그잼 시각화에서는 '펜'보다는 '타이핑'으로 텍스트를 쓸 때가 더 많다는 것도 인지했습니다. 그렇다면 선긋기 연습은 계속 해야 하나? 라는 생각도 어렴풋이 들었죠.

4일차: 선긋기 14분, 시각화 45분(자신감 2.5점 → 4점)

  • 인지적 시각화 교육에서 배운 훈련법을 의식적으로 써먹기 시작했습니다. 훈련법의 핵심은 '최소 3가지 버전으로 판이하게 다르게 그려보기' 였어요.
  • 이걸 하니까 뇌가 엄청나게 말랑말랑해지고 시각화 실력이 확 늘어나는 게 느껴졌습니다.

5일차: 선긋기 14분, 시각화 50분(자신감 4점 → 5점)

  • 선긋기 실력은 전날보다 퇴보했다고 느꼈지만, 시각화를 다양하게 하면서 자신감은 오히려 올랐습니다.
  • 시각화가 정말 재미있었고, 시각화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있는 일도 많았어요.

6일차: 시각화 2개, 시간 측정 못 함(자신감 5점 유지)

  • 선긋기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 시간에 차라리 시각화를 더 하자는 마음으로 선긋기를 패스했습니다.
  • 이때쯤부터는 훈련을 위해 시각화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어느새 모든 게 시각화 대상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7일차: 시각화 n개, 시간 측정 안 함(자신감 5점 → 9점)

  • 갑자기 자신감이 확 늘어난 이유는, 6일차와 7일차에 걸쳐 시각화를 엄청 하다보니 이게 완전히 몸에 익었다는 인식이 됐기 때문입니다.
  • 이 훈련의 최종 목표였던 "시각화를 통해 결과적으로 전보다 더욱 효과적이고 창의적이고 즐겁게 일하고, 살아갈 수 있게 된다"는 임팩트도 거의 달성한 것 같았어요.

그다음 7일

첫 일주일을 보내면서 시각화가 체화되었다는 자신감이 이미 생겨버리니 프로젝트 조기 종료에 대한 고민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Andrew Huberman 박사가 습관에 대해 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습관을 유지시키는 데 항상 특정한 조건이나 트리거를 만족시켜야 한다면(또는 비슷한 환경에서만 습관이 유지된다면) 전이가 어렵다'는 요지의 이야기였죠.

그래서 바로 프로젝트를 종료하지 말고 난도를 높여봤습니다. 'AC2 커뮤니티에 공유한다'는 사회적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도 '상시 시각화'라는 습관이 유지될지 실험하고 싶어졌거든요. 그래서 커뮤니티에 그만 올리겠다고 선언한 채 며칠을 더 보냈습니다.

재미있게도 커뮤니티에 안 올리기 시작한 날에 바로 시각화를 전혀 못할뻔 했지만, 간신히 밤에 시각화 하나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날마다 시각화를 몇 개씩 했어요. 노트에 그리고, 컨셉 맵으로 그리고, 피그잼으로 그리고. 회의할 때, 책 읽으면, 블로그 쓰면서도 그리고. 이렇듯 습관이 잘 유지되는 걸 확인했기에 15일차에 당당히 프로젝트를 일찍 종료할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 6개월, 그리고 SmartViz

이렇게 훈련하면서 시각화에 대한 자신감이 부쩍 올라갔기에 제가 직접 교육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그게 제가 안상완님과 함께 주변 지인들을 대상으로 EoQ SmartViz라는 시각화 교육을 열게 된 계기였죠. 두 차례 직접 가르쳐보니 한편으로는 겸손해지고, 한편으로는 시각화에 대한 이해와 실력이 더 깊어졌습니다.

6개월이 지난 요즘은 일부러 시각화 훈련을 하지는 않아요. 그러나 인지적 시각화의 요소들이 몸에 아주 잘 밴 덕분에 이전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회의하고 작업합니다. 두 차례 교육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저에게 일어난 이런 거대한 변화를 교육의 참여자들 대부분에게는 전이하지 못한 것 같다는 것이었어요. 3번째 교육을 만들고, 이 글을 비롯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도 그 아쉬움 때문입니다. 부디 이번 교육에서는 단 몇 명이라도 크게 얻어가는 분이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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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제 삶과 뇌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다주었던 <SmartViz : 인지적 도구로서의 시각화> 교육 참여자를 모집합니다.

첫 교육일은 4월 8일이고 신청 마감은 4월 5일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신청 폼을 참고해주세요.

시각화를 테마로 잡고 첫 며칠 글을 쓰는 동안 즐거웠습니다. 내일은 '맹검법'이라는 테마로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