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질에도 제대로 된 피드백이 필요해
여은이의 치아 상태가 심각하여, 치과 치료를 위해 휴가를 썼었다. 그게 오늘이었다. 진정치료를 위한 약을 먹이고 나서 여은이가 다리를 못가누고 헛소리하는 게 안쓰러우면서도 귀여웠다.
나는 신경성이 굉장히 낮은 편인데도, 가족이 걸린 이슈면 불안한 상상이 자꾸 떠오르면서 (e.g., 이게 여은이의 마지막 모습이면 어떡하지) 심장이 강하게 쿵쾅거린다. '내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몰라' 쪽으로는 아주 무신경한데 가족의 건강 또는 안전과 관련된 쪽이면 확 불안해지는 것 같다.
다행히 여은이는 많이 울긴 했지만 잘 치료를 마쳤고 집에 와서도 큰 일 없이 많이 잤다. 아이를 눕혀서 양치질과 치실을 해주는 게 좋다는 정보도 들었다. 비슷한 일로 치과에 다시 오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그걸 위해 나도 양치질 전문성을 키워야겠고.
사실 몇 주 전에 박창진이라는 치과의사가 개발한 양치질 테크닉(SOOD)에 대한 유튜브를 보고 관심이 생겨, 논문도 조금 읽고 일반인 대상 교육도 다녀왔었다. 그리고 오늘 연차를 낸 김에, 내게 맞는 치간칫솔 사이즈도 찾아내고 스케일링도 받을 겸 해서 양치질 교육을 받았던 치과에 다녀왔다.
그동안 교육받은 대로 나름 열심히 칫솔질을 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는데 완벽한 착각이었다. 의사분 말에 따르면 거의 안 배운 거랑 똑같다고. 이물질도 남아있고, 잇몸 쪽에 칫솔 안 닿은 티가 나는 곳이 많았다(치면착색제로 확인).
스케일링 후 다시 한 번 교육 받고, 내게 맞는 더 큰 사이즈의 치간칫솔 한 달간 쓰면서 다음달에 다시 한번, 내 칫솔 가지고 피드백받으러 오기로 했다. 원래 내가 양치질에 대한 세미나를 간단히 열 생각도 있었는데 이렇게 또 멀어져간다.
이 저널을 쓰면서, 내 양치질이 의도적 수련(Deliberate Pratice)이 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의도적 수련이 되려면 다음 네 가지가 갖춰져야 한다고 배웠다. (Anders Ericsson, The Role of Deliberate Practice in the Acquisition of Expert Performance, 1993)
- 잘 정의된 작업
- 적절한 난이도
- 적시에 정보가 풍부한 피드백
- 반복과 실수 교정의 기회
나의 양치질은 1, 2는 괜찮고 반복도 되는데, 적시에 풍부한 피드백이 덜 들어오니 실수 교정의 기회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아무래도 매일같이 내가 잘 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치과에 매일 갈 수는 없잖은가. 그래서 치면착색제를 구비하려고 찾아보니 2015년부터 국내에서 규제 대상 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국내 쇼핑몰에서 찾기가 어렵고 다 품절이다.
아마존 같은 데서 국제배송 하거나... 한국에는 예치원 이라는 곳이 있긴 한데 되는지 모르겠네. 내일 연락해봐야겠다. 오늘 갔던 치과에도 연락해보고.
--
여기까지 쓰고 나서 AC2 디스코드에서 김창준님이랑 잠깐 착색제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사실 내가 치면착색제라는 것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게 창준님 블로그에서였다. 창준님에 따르면 정말 잘 하는 치과는 이렇게 할 거라고 한다.
1. 이빨 먼저 닦게 하고 착색제 묻어나오게 한 다음, 그 부분을 다 시각화해준다.
2. 그걸 보여주면서, 이번에는 칫솔과 거울+반사경을 주고(치약 없이) 칫솔질로 그 붉은 색을 다 없애라고 한다. 내가 안쓰던 손목 각도, 근육을 써야 지워지기 때문에 환자가 굉장히 힘들어할 것이다.
3. 그러고도 아직 빨간색 안 없어진 곳을 찾아서, 환자 손을 함께 잡고 그 부위를 칫솔질 하는 느낌을 직접 체감시킨다.
4. 그 다음 한 달에 한번씩 오라고 한다. 한 달 후에 오면 지난번과 비교.
5. 이걸 6개월쯤 반복.
이정도 하지 않으면, 양치질이라는 게 수십년동안 매일 길들여놓은 습관이기 때문에 교정되기가 정말정말 어렵다.
(출처 : 김창준, 2024-02-21, AC2 디스코드)
다행히 내가 간 치과는 이 요소를 어느정도 충족한다. 다음에는 내가 아예 이런 프로세스를 제안해볼 수도 있을듯하다.
--
(02/22 업데이트) SNS와 AC2 디스코드에서 좋은 정보를 많이 얻었다. 일단 아마존에 있는 건 11번가에도 있다고 보면 되겠다. 치면착색제가 알약형이 있고 액체형이 있는데 나는 일단 하나씩 사봤다. 그리고 창준님이 페북에서 추천해주신, 입안을 알칼리성으로 만들어주는 Closys 가글도 샀다.
Member discussion